이승희, 막막함이 물밀듯이

이 막막함이 달콤해지도록 나는 얼마나 물고 빨았는지 모른다. 헛된 예언이 쏟아지도록 나의 혀는 허공의 입술을 밤새도록 핥아댔다. 막막함이여 부디 멈추지 말고 나의 끝까지 오시길, 나의 온몸이 막막함으로 가득 채워져 투명해질 때까지 오고 또 오시길 나 간절히 원했다. 나는 이미 꺾였으니 물밀듯이 내 안으로 들어오시길. 그리하여 내게 남은 것은 나뿐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미 낡아버린 루머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깊이깊이 내 몸속에 새겨주시길. 내 피가 아직도 붉은지 열어보았던 날 뭉클뭉클 날 버린 마음들을 비로소 떠나보냈듯이 치욕을 담배 피우며 마음도 버리고 돌아선 길이 죽고 싶다는 말처럼 깊어지도록 밀려오시길. 막막함으로 밥 먹고 사는 날까지.